옛날 비트코인 찾기가 가능할까?

불과 10년 전 비트코인 가격은 70만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비트코인이 지금처럼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많지 않았고, 그만큼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투자한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간혹 자신이 옛날 비트코인을 채굴했던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당시 채굴했던 비트코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가능할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비트코인의 보관 장소

비트코인은 일반적인 화폐와 다른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그 보관 형태도 조금은 다릅니다. 

 

특히 확실하게 이해해야 할 것은, 비트코인이 어떤 '파일'형태로 보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물리적으로 보관되지도 않고, 특정한 용량을 갖는 1개의 파일이 일정량의 비트코인 소유를 증명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비트코인은 '지갑'이라고 불리는 암호화 주소에 그 보관 사실이 데이터로 저장되며, 이 지갑에는 '개인 키'라고 부르는 일종의 '비밀번호'와 '공개 키'라고 불리는 일종의 '계좌번호'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소유한다는 것은 곧 비트코인이 보관된 지갑의 '공개 키'와 '개인 키'를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고, 그 계좌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안다면 그 안에 든 돈을 사용할 수 있겠죠. 이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비트코인 지갑의 공개 키와 개인 키를 모두 알고 있다면 그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옛날에 비트코인을 채굴했었거나 구입했었다면, 당신은 그 비트코인을 보관하기 위해 자신의 비트코인 지갑을 생성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갑에 있는 비트코인에 접근하기 위한 공개 키와 개인 키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도 그 키들을 모두 알고 있다면, 당신은 언제든지 그 코인을 사용 및 거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당신이 과거에 비트코인을 정당하게 보유했었더라도, 그 비트코인이 보관된 지갑의 공개 키와 개인 키를 알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1-1. 공개 키와 개인 키를 잊어버렸다면?

만약 자신의 비트코인을 보관해둔 지갑의 공개 키, 또는 개인 키를 잊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여기에서 비트코인 분실 사고의 대부분의 이유가 발생합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잃어버린 공개 키 및 개인 키는 스스로 어떻게든 찾아내야 하며, 본인인증 등의 방법으로 잃어버린 비밀번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탈중앙성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비트코인에는 중앙 관리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본인인증 등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당신의 지갑 또는 비트코인의 소유권 역시 데이터로만 존재할 뿐 아무도 이를 수집하고 저장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지갑을 생성해서 그 안에 비트코인을 보관했다면, 그 지갑의 비밀번호는 철저히 개인이 관리해야만 하며 분실시에는 제 3자 중 누구도 이를 명확하게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2. 옛날 비트코인을 찾는 방법

위 내용을 이해하셨다면, 옛날에 채굴했거나 구매했던 비트코인을 찾는다는 것은 곧 그것을 보관했던 지갑의 공개 키와 개인 키를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공개 키와 개인 키는 보시는 바와 같이 복잡한 문자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의 기억력으로는 이를 정확히 암기하기 어렵습니다. 

개인 키의 경우, 간혹 지갑 소프트웨어 등에서 이를 대체할 짧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 이미 잊어버린 경우라면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만약 잃어버린 옛날 비트코인 지갑을 찾으려는 상황이라면, 이 부분은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비트코인 지갑의 공개 키와 개인 키는 그 길이와 복잡함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텍스트 형태로 저장해 두거나, 어딘가에 펜으로 직접 적어서 보관해 두기 때문입니다. 지갑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었던 경우 역시 해당 지갑 소프트웨어가 비트코인 키를 특정한 명칭의 파일로 하드웨어에 저장했을 것이므로 단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1. 옛날 비트코인 지갑 주소와 비밀번호를 찾는 방법

따라서, 잊어버린 옛날 비트코인이 보관된 지갑 주소와 비밀번호를 찾아내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보관 당시 사용했던 하드웨어(컴퓨터)가 아직 살아있고, 전원을 켤 수 있는 상태라는 전제 하의 이야기입니다. 

2-1-A. 직접 작성한 텍스트 파일 탐색

만약 자신이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직접 타이핑해서 어딘가에 저장해놓았다면, 그 파일은 .txt 혹은 .hwp와 같은 문서 확장자로 저장되어 있을 것입니다. 문서 탐색기를 통해 비밀번호, 암호, 키, 주소 등의 검색어로 텍스트 파일을 검색해보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2-1-B. wallet.dat 파일 탐색

대표적인 지갑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의 경우 사용자의 개인 키와 일부 정보를 'wallet.dat' 이라는 이름의 파일로 저장합니다. 만약 자신이 이 지갑을 사용했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해당 컴퓨터에서 이 이름의 파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2-1-C. ~.wallet 파일 탐색

또다른 지갑 소프트웨어인 '일렉트럼(Electrum)'의 경우 사용자가 지정한 파일명 뒤에 .wallet이라는 확장자를 붙여 정보를 저장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갑'이라는 이름을 지정했다면 파일의 이름은 '지갑.wallet' 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역시 자신이 이 지갑을 사용했었다면 높은 확률로 이 확장자로 된 파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머리(Armory), 멀티비트(MultiBit)라는 이름의 지갑 소프트웨어 역시 사용자의 개인 키를 .wallet 확장자로 된 파일으로 저장합니다. 만약 어떤 종류의 비트코인 지갑을 사용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시도해 볼 만한 방법입니다. 

 

2-2. 다른 고려사항

일부 정보분야 전문가들은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잃어버린 비트코인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만약 비트코인 지갑 정보를 저장했던 컴퓨터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고, 그럼에도 지갑 정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서비스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만약 지갑의 '개인 키'는 발견했지만 '공개 키'만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높은 확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지갑의 키는 기본적으로 개인 키가 먼저 발급된 뒤, 여기서 특정한 연산 과정을 거쳐 공개 키를 파생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인 키만 알고 있다면 공개 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 키를 찾아내는 작업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만 공유해야 합니다. 지갑의 공개 키와 개인 키를 모두 알아낸다면 누구든 지갑에 접근해서 비트코인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단서를 공유하는 경우 그 지갑은 보안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수 있습니다.

 

3. 마치며

대부분의 상황에서, 잃어버린 비트코인을 찾을 수 있는가의 여부는 '당시 사용하던 하드웨어가 보존되어 있는가'에 따라 정해집니다. 만약 비트코인 키 정보가 보관되어있다는 사실을 잊고 하드웨어를 교체했다면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합니다.

 

현재까지 잘못된 주소로의 입금, 지갑 비밀번호 분실, 하드웨어 파기 등의 이유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비트코인의 규모가 한화로 5조원을 넘어섰다고 하니 대단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